수첩에 관해서 현재

  처음으로 글을 쓰기 위한 재료로서 노트를 작성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고등학교 때일 부터 일 것이다. 확신도 자신도 없이 그저 머리가 끝 없이 토해내는 상상을 끝없이 적어내려갔다. 아마 거부할 수없을 정도로 비참했던 학교
생활에 대한 반발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현재 그 내용들은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이었다. 망하고 부서진 세계에 떨어진 이들이 악당을 죽이고 세계를 죽인다는 평범한 이야기.
그들은 누구보다 강해서 슬퍼하지도 고뇌하지도 않았으며 절대적인 존재마냥
자신의 앞에 있는 이들을 심판했다.

이외에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누구라도 썼을 법한 내용의 줄거리였다. 그리고 대학에 가고 글을 쓴다는 나의 마음을 점차 멀어졌다.

그리고 지금. 그로부터 9년이 흘렀다. ( 아마 맞을 것이다.)

현재 2권을 수첩을 비우고 또 다른 수첩에 글을 쓰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평면적인 이야기는 단순히 이야기가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들판에 쓰러져 있는 나무가 자라나서 무슨 이유로 인해 쓰러지고 들판에 쓰러져 어떻게 동물과 벌레들의 쉼터로 변해가는가?

절대적인 캐릭터는 평면적인 모습에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는 복잡한 형태로
변해갔다. 강력한 힘을 가진 이는 감정이 없고, 냉철하며 약한 이들은 자신 위에 있는 이에게 굴복하면서도 속으로는 증오한다.

이런 방향으로 쓰는 글은 자신이 쓰고 있지만, 앞으로 전개가 불안하기는 하다.
공중에 던진 동전의 앞 뒷면을 보기 전에는 알 수없는 것처럼 언제 어느 방향으로 갈지 예측하는 것은 힘든 것이다.

다만, 이미 정해진 결과를 알기에 어떠한 행동이 일어날지 추측할 뿐이다. 

                            성자도 악당도 없으며 오직, 인간만이 있는 전개. 불완전성을 완벽에 가깝게 만들려는 몸부림.
                            새로운 수첩을 펼치면서 내가 다시금 쓰고 있는 글이 이전보다 더 완벽해지기를 기원한다.